야구장의 주인공이 선수만은 아닙니다.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웃음을 주는 KBO 마스코트는 이제 경기장의 상징이자 팬 경험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히 귀엽고 재미있는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단의 브랜드 전략, 팬 마케팅, 현장 운영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KBO 마스코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고 운영되는지, 기획부터 디자인, 그리고 실제 현장 운영까지 살펴보겠습니다.
기획 단계: 브랜드 철학을 담다
KBO 마스코트의 제작은 단순히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구단의 철학과 팬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됩니다. 기획 단계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는 구단의 역사, 지역성과 상징성입니다. 예컨대 KIA 타이거즈는 호랑이를 중심으로 팀 브랜딩이 이뤄지며, 마스코트 또한 이 정체성을 반영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 마스코트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전체적 세계관이 설정됩니다. 단순히 외형뿐 아니라 성격, 성별, 나이, 말투,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까지 구체적인 캐릭터 정보가 문서화됩니다. 이는 마치 하나의 브랜드 캐릭터 성경(Bible)처럼 향후 콘텐츠 제작, 연출, 팬소통 시 지침서 역할을 하며, 캐릭터 일관성을 유지하는 핵심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팬과의 소통 방식까지 기획 단계에서 설계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SNS 상에서 마스코트가 어떤 말투로 말하는지, 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답변하는지, 시즌 중 이벤트에 어떻게 등장할지 등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설정됩니다. 이러한 세밀한 기획은 장기적인 팬덤 형성과도 직결되며, 마스코트가 단발성 인형 캐릭터가 아니라 구단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어린이와 가족 단위 팬을 겨냥한 경우, 마스코트가 팬교육 콘텐츠의 일부로 활용되기도 하며, 응원 예절, 쓰레기 분리배출, 관람 매너 안내 등의 교육 콘텐츠에 캐릭터가 직접 출연해 메시지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 재미 이상의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디자인 단계: 상징성과 친밀감의 조화
기획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이 단계는 마스코트의 외형, 컬러, 질감, 동작 가능성 등을 설계하는 매우 실무적인 과정으로, 팬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핵심 단계입니다.
디자인의 첫 시작은 콘셉트 드로잉입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2~3가지 방향성으로 콘셉트를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단 마케팅팀 및 팬 리서치를 통해 시안이 정리됩니다. 예를 들어 롯데 자이언츠의 ‘누리’는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부산의 활기찬 이미지를 반영한 둥글고 친근한 외형이 특징입니다.
그 후 3D 모델링을 통해 실제 탈 인형 제작이 가능한지를 검토하며, 캐릭터의 균형, 착용자의 시야, 움직임, 통풍 등 기능성과 안전성까지 고려합니다. 특히 KBO 마스코트는 응원단과 함께 격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 구조와 의상 소재 선택도 매우 중요합니다.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반영해 탈 내부에 팬을 달거나, 무게 중심을 분산시켜 장시간 착용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마스코트의 디자인은 굿즈 상품에도 직결됩니다. 인형, 키링, 티셔츠, 머그컵 등 수많은 굿즈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BI)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 단계에서는 ‘정면 버전’, ‘귀여운 축소 버전’, ‘단색 라인 일러스트’ 등 응용 가능한 그래픽 리소스를 함께 개발합니다.
최근에는 AI와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디지털 마스코트’도 기획되어,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동하거나, 온라인 팬미팅에 등장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자인 단계는 이제 오프라인 인형뿐 아니라 디지털 확장성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운영 단계: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디자인된 마스코트가 팬 앞에 선보이는 순간부터는 ‘운영’의 영역입니다. 팬들과 직접 마주하는 현장에서 마스코트가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연기 이상의 고도화된 퍼포먼스 운영 시스템에 기반합니다.
먼저 마스코트 퍼포머(연기자)는 전문 교육을 받습니다. 구단에 따라 외부 무용수, 뮤지컬 배우, 체육 전공자가 선발되기도 하며, 보통 2인 이상이 번갈아 운영됩니다. 이들은 마스코트 설정에 따라 걸음걸이, 인사법, 팬서비스 방식, 응원단과의 율동까지 맞춤형 트레이닝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기 많은 마스코트’는 익살스런 행동이 많고, ‘근엄한 캐릭터’는 천천히 걷고 절제된 행동을 강조합니다.
운영팀은 경기장 내 이동 동선, 응원 타이밍, 포토존 운영, 어린이 팬과의 인터랙션 등을 기획하고, 이를 위해 전담 매니저가 동행하여 안전과 일정, 팬 요청을 실시간으로 조율합니다. 또한 홈경기 외에도 지역사회 행사, 방송 출연, 학교 방문 등 다양한 외부 일정에 마스코트가 참여하며, 구단의 홍보대사 역할도 수행합니다.
의상 유지 관리도 중요합니다. 마스코트 탈과 의상은 여름철에는 땀이 차고, 겨울에는 습기와 먼지가 많기 때문에 주기적인 세탁, 수선, 냉각 장비 점검이 필수입니다. 일부 구단은 마스코트 전용 보관실과 세탁 전담 인력을 운영하며, 의상 손상 방지를 위해 전용 케이스에 보관합니다.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마스코트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브이로그, 릴스 챌린지, 숏츠에서 마스코트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팬들과 소통하고, 구단 SNS의 인기 게시물 상당수가 마스코트 중심 콘텐츠입니다. 이처럼 KBO 마스코트는 경기장뿐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팀 브랜드를 강화하는 핵심 자산이 되었습니다.
KBO 마스코트는 단순한 탈 인형을 넘어 구단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팬 경험을 디자인하는 종합 콘텐츠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구단의 철학과 팬 소통 전략이 담기며, 디자인 단계에서는 상징성과 활용도를 고려한 구조가 완성되고, 운영 단계에서는 팬들과의 실시간 교감과 브랜드 가치를 실현합니다. 다음에 야구장을 찾게 된다면, 경기 외에도 마스코트가 어떻게 팀을 대표하고 팬들과 호흡하는지를 눈여겨보세요. 야구의 재미는 경기 외에서도 계속됩니다.